[전문기자 칼럼/조성하]일본산 생선 안먹는 진짜 이유는 아베가 미워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지난해까지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이 일본을 찾는 한국인보다 많았다. 배경은 한류 등 다양하지만 핵심은 엔고-유리한 환율-였다. 그게 올해는 반대다. 한국행 일본인은 줄고 일본행 한국인은 증가한 것이다. 그 이유 역시 환율-원고-이다. 100엔당 1400원대에서 1000원대로 떨어진 ‘엔저’가 주역.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전년 대비(월별) 28.6∼45.5% 증가했다.

그런데 이건 7월까지 상황. 8월엔 6.9% 증가에 그쳤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300t 유출된 사고가 원인이다. 그리고 이게 잊혀져가던 후쿠시마원전 건물 폭발사고(2011년)를 일깨워준 것이다. 그러니 일본 여행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런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그 후폭풍이 엉뚱하게도 우리 어민과 지역경제에 닥친 것이다. 일본산은 물론이고 국내산 수산물까지 꺼리는 현상이다.

그 현장을 3주 전 부산에서 목격했다. 광안리 해변의 민락동 회센터인데 고층빌딩 전체가 횟집이고 평소 사람들로 북적대던 이곳이 파리만 날고 있었다. 내가 들른 식당도 내 일행뿐이었다. 호텔 일식당은 더 심하다. 국내산 생선만 판다고 해도 손님이 들지 않는단다. 그래서 매일 장만해둔 수백만 원어치의 생선을 매일 저녁 내다버린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생선을 내지 않는 일식당까지 생겼다.

그럼에도 나의 일본 취재 여행은 계속됐다. 생선이 설사 방사능에 오염됐다 해도 그 양이 미미하다면 건강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말을 믿어서다. 일본 현지에선 그 우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도 한 이유였다. 2주 전 구마모토 현 해안 마을 아쿠네에서다. 대물림으로 운영 중인 식당에서 직접 생선회를 떠주던 주인에게 물었다. 한국에선 생선 기피 현상이 있는데 일본선 어떠냐고. 그러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걱정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와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란 게 이유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가고시마 후쿠오카 등 규슈 어디서고 똑같았다. 심지어 후쿠시마와 산맥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등진 혼슈의 니가타 현에서도.

그렇다면 한국인의 생선 기피, 일본 여행 기피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가 무지해서? 겁이 많아서? 아니면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 태도가 미덥지 않아서? 그렇다. 규슈마저 기피하는 걸 보면 후쿠시마 현이 어디쯤인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우리 바다 생선마저 기피하는 걸 보면 오염수가 당장이라도 유입된 것으로 오해한 게 분명하다. 잘 통제하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누출사고가 계속되다 보니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은 자업자득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신과 기피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릴 화나게 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가 그것이다.

그가 총리가 된 후 이웃인 우리에겐 맘 편할 날이 없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내각대신에게 독려하는가 하면 독도영유권 주장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초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그런 주장을 강화하며 군국주의 부활의 소지가 엿보이는 방향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엄연한 일본군 위안부를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뺌전략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걸 표출할 적당한 방법을 개개인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일본 여행 기피나 생선 소비 중단 같은 방식 외엔.

그런 공분(公憤)을 기상천외 촌철살인의 퍼포먼스로 해소시킨 예술가가 있었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다. 장본인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백남준은 르윈스키 스캔들(백악관에서 인턴 여성과 가진 오럴섹스)로 탄핵이 제기됐음에도 버티자 백악관 정상 만찬장에서 그 부도덕성을 힐책하는 해프닝을 펼쳤다. 클린턴 대통령과 선 채로 악수를 하던 도중 그의 바지가 흘러내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 만천하에 노출된 계면쩍은 장면-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이었다. 그날 밤 그의 집 전화와 팩스로는 전 세계 지인으로부터 ‘통쾌하다’는 말과 글이 답지했다. 우연이냐 계획이냐는 물음과 함께. 하지만 대답은 ‘바지가 흘러내렸을 뿐’이 전부. 그가 있다면 아베 총리에게도 일갈했을 텐데…. 그가 아쉽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아베 총리#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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