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10월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선고가 내려진 뒤 법정 밖에서 “왜 10개월이나 고통의 터널 속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그제 이 전 청장은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과 경찰청 정보국장 등 중요 보직에서 일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해 2월 날벼락이 떨어졌다. 유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됐고 그의 인생은 급전직하했다. 이 전 청장은 대법원 판결로 누명을 벗었으나 그의 경찰 조직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청장 아래 가장 고위직인 치안정감 자리는 5개에 불과하다. 이 전 청장은 아직 치안정감이지만 경찰은 올해 3월 인사에서 이금형 치안감을 치안정감 자리인 경찰대학장에 임명해 그가 갈 빈 자리는 없다.
저축은행과 관련된 비리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이 전 청장만이 아니다. 앞서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김장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이 전 청장과 같은 날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도 무죄로 최종 결론이 났다. 같은 수사팀이 벌인 수사에서 이렇게 많은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검찰 수사에 무리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청장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경찰이 서로 치고받을 때마다 경찰 쪽의 강경한 목소리를 대변해 검찰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관측도 있다. 마침 저축은행 비리가 터지자 유 회장의 고향 중고교 후배여서 검찰이 표적 수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권력의 하청 수사, 조직이기주의에 휩쓸린 수사에서 무리하기가 쉽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김진태 후보자는 검찰의 특수 수사가 너무 거칠다는 비판적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검찰은 피의자의 혐의를 찾지 못하면 저인망 수사 등으로 어떻게든지 피의자를 기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새로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검찰의 내부 분열과 정치적 외압을 막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 전 청장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검찰 수사가 정도(正道)를 걷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