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인 정치’ 한계 보여 준 의원 안철수의 첫 기자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5일 03시 00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어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온 뒤 처음 연 기자회견이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지만 공감을 얻기엔 다소 뜬금없었다. 여야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안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겠지만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발언을 삼가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에게 우호적인 민주당마저 “검찰의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10·30 재·보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불편부당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만큼 특검을 얘기하기보다 일단은 재판 진행과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안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작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진전되는 대로 따로 자리를 갖고 말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리얼미터가 10월 28일∼11월 1일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은 야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19.4%)였다. 현재 실체도 없는 안 의원의 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도 23.3%나 됐다. 국회의원이 127명인 민주당의 지지율(15.8%) 보다 높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때도 드러났듯이 안 의원에 대한 지지는 실제 상황에서 쉽게 꺼질 수 있다. 기성 정치에 성난 민심을 지지 세력으로 끌어오려면 늦지 않게 자신만의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함께할 인물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그의 첫 기자회견은 여야가 ‘장군 멍군’을 주고받은 뒤 뒤늦게 훈수를 두는 데 그쳤다. 이런 ‘훈수 정치’는 안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스스로 깎아 먹을 뿐이다. 이번 회견에 대해 ‘1인 정치’의 한계를 다시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안철수#대선 개입#국가정보원#기자회견#특별검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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