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준동]화이트 미트(white meat) 환한 미래를 꿈꾸다

이준동 대한양계협회장

50여 년 전 우리나라 양계 산업은 가정에서 몇 마리씩 기르던 마당닭이 전부였다. 하지만 근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면서 급속한 성장을 하였고 대형화, 집단화되면서 이제는 전업 형태의 양계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2년도 양계업 총 생산액을 보면 3조4869억 원(닭고기 2조900억, 계란 1조3662억 원 등)으로 축산업 생산액 중 21.7%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인당 소비량(닭고기 12.7kg, 계란 11.6kg)이 선진국(닭고기 미국 42kg, 계란 일본 17kg)에 비해 적지만 화이트 미트를 찾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소비 확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입 양계산물의 증가로 국내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어 15년 이내에 모든 양계산물이 관세를 철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한중 FTA가 2단계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의 30%에 육박하는 닭고기 물량을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FTA 협상 결과에 따라 닭고기 산업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계란의 국내 자급률이 99%에 이르고 있지만 중국과의 FTA가 관세 철폐라는 최악의 결과로 나온다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중국산 계란이 국내에 물밀듯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 양계인들의 관심은 온통 한중 FTA 협상 결과에 쏠려 있다. 정부에서 원산지 표시, 친환경 축산 정책 등으로 국산 양계산물 소비를 유도하더라도 이는 한계가 있으며, 학교급식 등 대형 급식소에 국산 양계산물 소비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어 운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산닭고기 인증제’는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한 차별화된 방편 중 하나다. 이는 국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업체에 대하여 인증마크를 부여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인증받은 업체는 치킨용 포장박스, 전단에 양계협회가 인증하는 ‘국산닭고기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인증을 받은 12개 업체들이 이를 적극 활용해 홍보하면서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0년부터 배달용 치킨에도 ‘국내산’ 또는 ‘수입산’을 명기하도록 되어 있는 만큼 독자들도 ‘국산닭고기 인증마크’를 확인하고 구매한다면 국내 양계 산업을 살리는 데 일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정부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친환경 축산을 실현하기 위해 친환경 축산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동물복지인증제가 농장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난해 산란계를 시작으로 금년에는 돼지, 내년에는 육계에 적용된다.

11일은 제18회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바탕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자부심을 키우며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농업인의 날이 국민들에게 기억됨과 동시에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이준동 대한양계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