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진당 해산 심판 맡은 헌재의 역사적 책무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6일 03시 00분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 의결과 영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격 결재를 거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헌재는 앞으로 내릴 결정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심판에 임해야 할 것이다.

통진당은 지난해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드러나 당원 462명이 기소됐고 순차적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부정 경선에 의해 국회 비례대표가 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혐의가 드러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통진당이 2011년 12월 창당 이후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챙긴 돈이 100억여 원이다.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당해산의 심사 기준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헌재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모든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와 자유 및 평등에 의거한 국민의 자기 결정을 토대로 하는 법치국가적 통치 질서’로 정의했다. 통진당 내에는 민주적 진보 세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통진당은 부정 경선을 폭로하고 비판한 세력과 갈라서는 과정에서 당 스스로 부정 경선을 막을 의지가 없는 정당임을 드러냈다. 이석기 의원의 RO(혁명 조직)는 일당(一黨) 일인(一人) 독재국가인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여기에 가담해 우리나라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짰다. 이 정도면 통진당을 헌법의 테두리 안에 놓아둘지, 축출할지를 심판해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은 국가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정당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독일은 1952년 나치의 후신인 사회주의제국당과 1956년 독일공산당을 해산한 바 있다. 우리의 정당 제도는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가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려면 비민주적 정당은 해산할 수 있어야 한다.

헌재는 통진당 강령에만 매달리지 말고 실제 활동까지 포함해서 통진당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강령이 순화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실체가 강령과 같은 것은 아니다. 민주적 기본질서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회민주주의까지 다양한 체제와 정책을 허용한다. 다만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으로, 열린 사회에 주어진 자유를 이용해 북한과 같은 닫힌 사회를 만들려는 정당은 허용하지 않는다.

헌재는 심판 청구일부터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지만 강제 규정은 아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늦어질 경우 내년 6·4지방선거에서 통진당이 후보를 낼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그 전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와 함께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해산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위헌적 정당 활동을 막으려는 조치다. 조만간 헌재의 가처분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진당 해산 문제로 인한 국론 분열을 막으려면 제1야당인 민주당이 통진당과 분명하게 선을 긋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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