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운전자가 음주 운전 단속을 하던 경찰의 얼굴을 머리로 들이받아 얼굴뼈를 부러뜨렸는데도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모텔에서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때린 사람에 대해서도 영장이 기각됐다. 경찰에 쇠파이프 죽봉 각목을 휘두른 폭력시위대에 청구된 구속영장도 기각된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관은 법질서를 지키는 공권력의 첨병이다.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에 대한 관용은 ‘법의 권위’를 약화시킨다. 미국에서는 얼마 전 22선(選)에 83세인 찰스 랭걸 하원의원이 시위 도중에 금지된 선을 넘어 도로를 잠깐 밟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팔을 등 뒤로 꺾인 채로 수갑을 찼다. 랭걸 의원은 체포에 저항하지 않았다. 경찰관의 권한을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취객이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려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고, 툭하면 경찰이 매 맞는 현실에서는 공권력이 바로 서기 어렵다. 경찰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의자를 포함한 시민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식의 공권력 유린을 방치하는 것이 인권 존중은 아니다. 우리가 경찰관을 경시하는 태도는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시절에 형성된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화시대에 민주주의와 법치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법원의 이번 영장기각이 우리 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판사의 구속 여부 결정에는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운용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영장기각과 관련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논란도 그치지 않는다. 법정 소란에 감치 명령 같은 엄한 처분을 하는 판사들이 일선에서 공권력을 유린한 범법자에게 관대한 것은 공평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