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류중일과 호시노 센이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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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팀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66)은 ‘열혈(熱血) 남아’로 불린다. 돌직구 스타일의 직선적인 언행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다. 주니치 드래건스의 에이스 투수 출신으로 주니치와 한신 타이거스 감독을 거쳐 2010년 10월 후발(後發) 구단인 라쿠텐 감독을 맡았다. 선동열 기아타이거즈 감독이 1999년 주니치의 마무리 투수로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했을 때의 감독이어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낯이 익다.

▷올해 프로야구 일본시리즈에서 퍼시픽리그 우승팀 라쿠텐이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센트럴리그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주니치 감독으로 두 차례, 한신 감독으로 한 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본시리즈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는 불운을 겪었던 호시노가 마침내 ‘일본 1등’의 숙원을 이뤘다. 야구 인생 내내 ‘요미우리 타도’를 외치며 투지를 불태웠던 그로서는 숙적(宿敵)을 상대로 일궈낸 승리여서 더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7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류중일 감독(50)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가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몰린 위기 속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끌어냈다. 삼성의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거둔 ‘한국 1등’이다. 운도 따랐겠지만 선수와 코치 시절부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면서 선수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한 뒤 ‘이기는 팀’으로 조직 문화를 바꾼 리더십의 힘이 컸다.

▷류중일 삼성과 호시노 라쿠텐은 15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올해 아시아시리즈에 한일 대표로 참가한다. 류중일은 2011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삼성의 우승을 일궈냈지만 이듬해에는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호시노는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에 패했다. 한일 프로야구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둔 두 감독 가운데 누가 올해 마지막 경기인 아시아시리즈에서 웃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일본시리즈#호시노 센이치#한국시리즈#류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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