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시민단체 및 재야인사들이 12일 ‘국가기관 선거 개입 진상 규명과 민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연석회의’를 출범시킨다. 연석회의는 작년 총선과 대선 때의 ‘야권연대’가 통합진보당을 빼고 다시 뭉친 이른바 신(新)야권연대다. 민주당 측은 지난달 김한길 대표가 국가정보원 개혁을 목표로 제안한 ‘국민연대’가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도 자신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생각이 같다”며 화답하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연석회의’에 이름을 올린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백승헌 변호사 등의 면면을 보면 신야권연대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른바 재야 원로들은 작년 총선을 앞두고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를 구성해 민주당과 통진당의 선거 연대를 촉구했다. 원탁회의가 야권연대에 발벗고 나서지 않았더라면 위헌 정당 심판대에 오른 통진당의 의원들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들이 진정으로 국가를 생각한다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을 오도(誤導)한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먼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6월부터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의 참가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다.
민주당이 ‘묻지마 연대’에 앞장섰던 세력과 다시 손잡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다지만 통진당만 빠지고 그 얼굴에 그 얼굴인 야권연대가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어낼지 의문이다. 안 의원 측의 금태섭 변호사는 최근 “지난 대선에서 봤듯이 역량을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힘을 합치는 것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알면서도 되풀이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1%가 정부의 통진당 해산심판 청구를 적절한 조치로 평가했다. 73.1%는 ‘국정원의 정치개입 금지’를 원했고 64.5%는 ‘대공 수사권 강화’를 지지하는 균형 잡힌 시국관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정치공학적인 접근보다는 당 개혁과 민생법안 처리에 힘쓰는 것이 민심을 잡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