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은 시인 안도현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참여재판)의 선고 공판에서 지난달 28일 배심원 7명이 내린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안 씨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훔쳤다는 취지의 글을 17차례 트위터에 올린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안 씨가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고, 후보자 비방 혐의는 당시 안 씨의 지위, 글을 쓴 상황 및 시점에 비춰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유죄 부분에 대한 벌금 100만 원의 선고는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2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이 기간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안 씨는 2년 후 유죄 판결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선고 유예는 재판부가 이번에 배심원 전원일치의 평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부담을 덜기 위한 타협적인 판결이다. 재판부는 “안 씨의 행위는 죄가 되지만 이로 인해 안 씨를 처벌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재판은 원칙적으로 변론이 종결된 날 선고를 내리지만 재판부는 선고를 10일이나 연기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법원은 평결에 기속(羈束)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이 법관의 직업적 양심과 충돌한 경우에는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속력(강제력)을 가진다”고 평결 파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무죄 평결과 법리(法理) 사이에서 고민했음을 말해준다.
이번 재판은 선거범죄에까지 참여재판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을 던졌다. 지역에 따라 정치 성향의 차이가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피고인 주소지 중심의 재판 관할 체제를 그대로 놔두고, 선거범죄에 참여재판을 적용할 경우 편향된 평결이 나올 수 있음을 이번 재판이 보여줬다. 재판부도 “사안의 성격상 배심원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역적 정서에 판단이 좌우될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참여재판은 2008년 도입돼 올해로 시행 6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형사합의부 사건 전체로 참여재판 적용이 확대되면서 선거법 위반 사건도 참여재판에 포함됐다. 이번 재판에서 보듯이 성급한 확대는 참여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 형사사건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신중하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