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창출 부풀리지 말고 실속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8일 03시 00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정부 부처의 ‘일자리 부풀리기’라는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을 늘리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치자 정부 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일자리 창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처 사이에 일자리 수가 중복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 효과에 따라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일자리까지 끼워 넣는 바람에 목표치가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부처는 일자리 정책을 발표할 때 정부 예산을 투입해 직접 만드는 일자리를 중심으로 계산하고, 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제외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까지도 통계에 넣어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임시직과 일용직은 일자리 창출 대상에서 제외하고 1년 이상 지속되는 일자리만 산출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정책 과제별로 주무 부처를 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복 계산은 어렵게 됐다.

새 기준에 따라 일자리를 계산해 보니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40만8000개에서 9만2000개로 줄어들었다. 최문기 장관이 올해 4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목표치의 4분의 1로 감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귀농 및 귀촌 정책으로 1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지만 다시 계산해 보니 3000개로 줄었다. 콘텐츠산업과 관광 스포츠레저 분야에서 2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보고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도 과대 포장돼 있었다. 각 부처에서 보고한 새 일자리 수가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취업난 시대를 맞아 젊은이들은 취직을 위해 수없이 입사지원서를 써도 낙방의 쓴잔을 마시기 일쑤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구직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 부처들이 일자리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면 구직자들의 실망감만 높아진다. 일자리를 애타게 찾는 젊은이들에게 자칫 환상과 잘못된 기대감을 줄 수도 있다. 정부는 일자리 계산법 가이드라인만 만들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정책을 시행한 후에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후 검증 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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