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새 노조위원장에 온건파가 다시 뽑힌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3시 00분


“귀족 노동자라는 욕을 많이 먹어 기가 막힙니다. 실리 없고 알맹이 없는 투쟁에 조합원만 멍들었습니다.” 그제 현대자동차 새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이경훈 후보의 소감 중 한마디다. 이 위원장은 선거에서 중도와 실리를 표방했다. 이 후보는 2009년에도 노조위원장을 맡아 유례없이 3년간 파업을 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5명의 후보 가운데 강성 후보 3명이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특히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파업을 자주 강행했던 현 집행부 소속 후보는 꼴찌를 했다. 회사 측 주장에 따르면 현 집행부는 2년 동안 파업과 특근 거부로 회사에 4조4000여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줬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지역경제도 어려워지자 비판 성명이 잇따랐다. 울산지법은 공장을 무단 점거해 가동을 중단시킨 노조원들에게 1인당 억대에 이르는 손해배상금을 판결했다.

요즘 경제 불황에 따라 취업준비생 100명 가운데 3.5명만이 직장을 잡을 정도다. 현대차는 인기 직장이다. 올 신입사원 경쟁률은 83 대 1로 사상 최고였다. 평균 연봉 9400만 원(2012년)의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과 각종 특혜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데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소위 온건파 노조위원장이 당선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차는 국가 경제의 주요 축을 이루는 기간(基幹)산업체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6%였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 기술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차세대 모델 개발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 중국 인도가 쫓아오고 있다. 세계 5위인 현대·기아차도 언제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가 눈앞의 이익에서 벗어나 세계를 보며 회사와 동반자가 돼야 할 이유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수가 4만7000여 명으로 전국 최대다. 현대차 임직원 외에도 1, 2, 3차 협력업체 5000여 곳에서 40만 명의 직원이 현대차를 위해 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노사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걸핏하면 파업을 벌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새 노조위원장은 “26년 낡은 악습을 파기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단체교섭의 원칙과 기준을 확립하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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