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01일 만인 어제 천막당사를 걷었다. 하지만 장외 투쟁을 접고 원내에서 정책대결을 벌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12일 출범하는 범야권 공동기구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 정국이 이런(천막당사) 투쟁방식으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아 전선을 확대하면서 시민단체, 기타 야당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더 세게 투쟁하겠다는 것이니 정치실종 사태는 계속될 듯하다. 쌓여 있는 민생법안들이 처리될 날은 아득하다.
천막당사로도 지지를 얻지 못한 민주당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자 큰 우군이라도 얻은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신야권연대 결성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계속되는 정치공방에 대다수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당 내부에서조차 “민주 당원임이 부끄럽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통감해야 한다.
장외 투쟁으로 빚어지는 혼란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내하고 있다. 그제 오후 5시 40분부터 민주당 주도로 서울광장 북쪽에서 벌어진 시위 탓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저녁에는 통진당의 촛불시위까지 더해지며 평소 자동차로 20분이면 갈 서울 삼청동∼용산 구간이 2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어제도 시위대가 점령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서울역 등 도심 일대는 각종 시위로 하루 종일 사실상 교통이 마비됐다. 평화적인 집회는 보장해야겠지만 무질서는 엄단해야 한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길어지면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을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6박 8일의 서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이 밝힐 정국 구상을 들어보지도 않고 거부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야당은 속히 장내로 돌아가 산적한 법률안을 심사하고 새해 예산안 처리 등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장외에서 길을 막고 목소리를 높인들 민심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당도 얼어붙은 정국을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장관들에게만 야당을 설득하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직무유기다. 굳이 따지자면 정국 운영을 정상화할 책임은 야당보다 청와대와 여당 쪽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