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정보원 트위터 글 수사 과정에서 상부 지휘를 받지 않고 진행한 수사팀에 대해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가 나온 직후다. 윤석열 전 수사팀장(여주지청장)과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실 공방을 벌인 뒤 감찰을 자청(自請)한 조 지검장은 징계에서 제외됐으나 관리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대검은 윤 전 팀장에게는 중징계인 정직을, 박형철 전 수사부팀장(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에게는 감봉의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조 지검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 확대에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윤 전 팀장의 공소장 변경을 철회하지 않음으로써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인정했고 법원도 받아들였다. 지금 제기되고 있는 수사 축소 의혹의 책임은 상당 부분 조 지검장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그의 지나친 신중함 때문인지, 권력 눈치 보기인지, 아니면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윤 전 팀장과 박 전 부팀장은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에서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가 인정돼 징계가 청구됐다. 검찰청법에 검찰의 모든 사무는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따르도록 규정돼 있고 서울중앙지검 내부 규정에도 차장검사 이상의 결재를 받도록 돼 있는데 수사팀은 이를 위반했다. 검사는 상관의 지시에 이의 제기를 할 수는 있어도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런 지휘체계가 무너지면 검찰은 직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윤 전 팀장 등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할 때 그들의 수사가 사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사법부가 하겠지만 검찰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국정원 댓글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특히 검찰은 수사의 마지막 보루이자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런 검찰이 지휘부와 수사팀 간의 적나라한 갈등을 국정감사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보여줬다. 경찰에 이어 검찰에까지 수사 축소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권은 결국 특별검사에 의한 재수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를 지켜본 국민의 눈에는 조 지검장이나 윤 전 팀장만이 아니라 검찰 모두가 징계감이다.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돼 고발당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서면조사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일자 뒤늦게 소환조사로 방향을 틀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婚外子)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장마저 공석(空席)이 되어 검찰이 표류하고 있다. 내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새 검찰총장의 어깨에 검찰을 바로 세워야 하는 무거운 짐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