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경준]취업 관문을 뚫는 참 쉬운 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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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산업부 차장
정경준 산업부 차장
이렇게 말하면 ‘참 쉽죠∼잉’ 유의 철 지난 개그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같은 값이라면 경쟁 회사보다 소비자에게 더 가치 있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오래도록 돈을 벌고 싶다면 경쟁사들을 몰아내고 진입장벽을 치면 된다. 졸면 죽는다는 기술혁신의 시대, 초(超)경쟁사회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된다.

삼성전자에서 미국 가전사업을 총괄했던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는 1990년대 후반 현지 유통시장을 공략하던 일화를 전하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소니에 가려 삼성전자는 존재감이 미미하던 때였다.

“온갖 연줄을 동원한 끝에 간신히 대형 유통업체 간부 5명과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책임자가 한 병에 300달러(당시 약 55만 원)나 하는 고급 와인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를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몬다비 리저브와 품질은 비슷하지만 값은 5분의 1인 ‘그냥 몬다비’를 시켜 상표를 가린 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자고 했지요. 4명이 보통 몬다비를 몬다비 리저브라고 하더군요. 됐다 싶어 ‘리저브가 소니라면 보통 몬다비는 삼성’이라고 비유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날 우리는 ‘삼성’을 10병이나 마셨습니다.” (‘적의 칼로 싸워라’ 중)

이랬던 삼성 브랜드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세계 100대 기업 브랜드’에서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1년 전보다 53% 상승한 295억 달러(약 31조 원)로 매겼다. 브랜드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도 9월 발표한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396억 달러(약 42조 원)로 평가하고 인텔, 도요타에 앞선 세계 8위에 삼성을 올려놓았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던 소니는 46위로 한참 처졌다.

한때 미국 가전제품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였던 삼성 제품은 이제 세계인의 ‘잇 아이템’이 됐다.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착실하게 질(質) 중심의 경영을 하고, 시장에 ‘달라진 삼성’을 체계적으로 각인시킨 결과다. 그런데도 삼성은 7년 뒤 글로벌 5대 브랜드가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하반기 취업시장으로 무대를 옮겨도 브랜드가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충분히 실력을 쌓은 뒤 자신을 매력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어필하지 않으면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역량 자체가 떨어지는 지원자는 아무리 잘 포장해도 베테랑 면접관의 ‘매의 눈’을 피하기 힘들다. 포장마저 서투르다면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능력은 있지만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게으른 부류다. 신입사원 공채에 10만 명씩 몰리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도 수많은 지원자들을 찬찬히 뜯어보며 알아서 장점을 발견해줄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탈락한 뒤에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투덜거린다.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만들었는데 왜 사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모 기업 인사 책임자는 최종면접 탈락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이런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새 후배들을 맞는 기쁨보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별것 아닌 단점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본 것은 아닐까, 흙 속의 진주를 놓친 것은 아닐까 지금도 밤잠을 못 이룹니다. 더 갈고 닦아 스스로를 훌륭한 브랜드로 만드십시오. 그래서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하시기 바랍니다.’

정경준 산업부 차장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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