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어제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法外)노조 통보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정부로부터 ‘법외 노조’라는 통보를 받았던 전교조는 임시로나마 합법 노조의 지위를 다시 얻게 됐다. 이 결정이 나온 직후 전교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였으나 자중자애(自重自愛)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은 전교조가 함께 낸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만 유효하다. 가처분 결과로 본안 판결의 방향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현행 교원노조법은 ‘교원이 아닌 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규약을 고쳐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에서 제외하라고 전교조에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전교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지난달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시정 명령은 적법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곧바로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노조의 자주성을 실질적으로 해치는 경우에만 법외노조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외노조가 되면 노동쟁의 조정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할 수 없고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점, 전임자가 노조 업무에만 종사하기 어려워지는 점을 볼 때 노조활동이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전교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전교조는 법외노조라고 통보할 근거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도 시행령에 근거해 강행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법이 문제라면 해직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일단 합법적 지위를 회복한 전교조가 강경투쟁을 벌인다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 법적 다툼의 결과와 상관없이 전교조는 교원단체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정치 운동에만 몰두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전교조가 온전히 법적 지위를 회복한다 해도 일대 변신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