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박력 있는’ 경제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최대의 전자제품 판매체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5개 매장의 관리자와 직원 500명을 체포했다. 이어 전자제품 의류 신발 자동차 등의 소매 마진에 대해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감시에 들어갔다. 수도 카라카스의 가전제품 소매점 등에서는 군인들이 질서 유지를 하는 가운데, 이 기회에 싼값에 물건을 장만해두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취임 이후 잇단 정책 실패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그 책임을 ‘장사꾼들의 탐욕’으로 돌려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꼼수이다. 어찌 됐든 일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번 조치 덕분에 고가의 전자제품을 싼값에 사들고 나오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웃는 얼굴이 앞으로도 죽 계속될 수 있을까. 군대를 동원한 물가통제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경제전문가는 거의 없다. 소매점에 재고가 있는 동안에는 반짝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자가 위축돼서 극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암시장이 독버섯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이번 소동을 보고 있으면, 국내의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민주당은 앞으로 국회에서 민생법안 등을 논의할 때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최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이달 발표했다. 여당과 정부 일각은 공식적으로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반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부동산시장 정상화 관련 법안 통과와 맞바꾸는 ‘빅딜’을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
군대를 동원하느냐, 않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전월세상한제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소매 마진 상한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집세상한제는 좋은 정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1990년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가 미국의 경제학자 4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3%가 “집세상한제는 공급을 줄이고 주거의 질을 악화시킨다”고 응답했다. 캐나다의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조사에서도 95%가 같은 의견을 냈다. 이런 견해에는 좌우의 구분도 없다. 스웨덴의 좌파 경제학자인 아사르 린드베크는 “집세상한제는 도시를 파괴하는 데 있어서 폭격 다음으로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주장하는 동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전셋값이 고삐 풀린 상승세를 보이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월세상한제는 가격 상승을 진정시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연스러운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집세를 묶어두면 집주인들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이다. 반면 수요는 더 늘어나 공급 부족이 만성화한다. 이미 셋집을 구해서 살고 있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혜택을 받지만, 신혼부부나 전근자 등 새로 셋집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은 집 구하기가 지금보다 몇 곱절 어려워질 것이다. 여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집주인들은 기존 임대주택이 낡아도 다시 짓거나 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도시의 슬럼화가 진행된다. 이는 집세상한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정말 추진할 생각이라면, 이런 부작용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 먼저 충분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