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에 기업들은 인사 고과와 연봉 협상으로 분주하다. ‘연봉 협상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 같은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실적 내는 일은 인사 고과 한 달 전부터 집중하라. 연초에 한 일은 아무도 기억 못한다. 방송대상에서 연초에 방영된 드라마가 상 타는 것 봤느냐”는 말이 있다. “인사권자에게 ‘신(臣)에게는 아직도 열두 개의 목표가 있습니다’처럼 강한 패기를 보여주라” 하는 조언은 충무공을 흉내낸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의 연봉도 화제다. 국내 10대 그룹 93개 상장사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3억9500만 원이라고 최근 재벌닷컴이 밝혔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6790만 원으로 임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 임원의 평균 연봉이 등기임원을 빼고도 5억20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현대자동차는 3억6100만 원이었다. 그제 금융감독원은 평균 10억∼15억 원을 받는 국내 금융회사 CEO들의 연봉 산정 체계가 엉망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경영자 10명은 지난해 각각 1000억 원이 넘는 돈벼락을 맞았으니 한국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CEO의 역할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과다한 보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영자가 단기 성과만 챙기고 ‘먹튀’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봉 일부를 퇴임 5년 후에 주자는 방안까지 나왔다. 한국도 내년부터 2000여 개 기업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개별 공개된다. 정몽구 구본무 회장이 얼마를 받느냐도 관심이지만 삼성전자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처럼 월급쟁이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연봉은 더 관심을 끌 것 같다.
▷정작 임원들의 걱정은 다른 데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국은 연봉이 공개되면 골치 아픈 일이 많다”고 했다. 당국의 규제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 받는지 알면 시골 사는 삼촌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고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종친회, 동창회에서도 쫓아올 판이다. 그래서 복권에 당첨되면 마누라한테도 비밀로 한다는 ‘금언(金言)’이 생긴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