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찾는 대통령, 여야 함께 예우하는 모습 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4선의 민주당 중진인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이 그제 자기 당 의원들을 향해 “설혹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박 대통령께 최소한의 예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 이는 우리의 국격(國格)이기 때문이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1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김 의원의 권유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통령 시정연설 때만이라도 정쟁에서 벗어나 절반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은 국가원수에게 예의를 갖추자는 주장이어서 신선하다.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은 지금 여당이 야당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뒤 처음으로 국회를 찾았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는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는커녕 일어서지도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이 선명성의 징표는 아닐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제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시정연설 때 어떻게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였다. 검정색 옷을 입거나 검은 넥타이와 검은 스카프를 매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 때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의원이 “원래 예의상 국가원수가 올 땐 일어나는 것이다. 검은 넥타이 매자고 하는 것은 우스운 거다. 그냥 자유의사에 맡기자”고 말려 집단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의회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티격태격하지만 대통령이 의회에 오는 날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때면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함께 일어서 박수로 맞이한다. 새해 정책구상을 밝히는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도 의사당은 여야 의원들의 박수소리로 넘쳐난다. 대통령은 의사당 입구에서 연단에 오르기까지 여야 의원들의 악수 세례를 받는다. 2009년 9월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개혁법안의 중요성을 역설하자 “거짓말이야”라고 야유한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지도부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미 의회는 그의 무례한 언행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18일 여야 의원들이 함께 일어서서 대통령을 맞는다면 국민의 눈에 성숙된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어느 정당이 야당이 되든 국회를 찾는 대통령을 예우하는 전통을 이제는 우리도 만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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