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및 폐기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참여정부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정식 이관하지 않았고, 대화록 생산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삭제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사건의 핵심은 누가 왜 대화록을 수정하고, 원본을 폐기했으며,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검찰은 세 의혹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조 전 비서관과 백 전 실장이다. 모두 고의적이었다는 판단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당초 e지원(청와대 문서관리 시스템)에는 문서 삭제 기능이 없어 대화록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검찰 수사에서 삭제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보내지 않은 것은 조 전 비서관의 착오라고 주장했으나 역시 거짓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이 원본을 수정하고 국가기록원으로 넘기지 않은 이유에 대한 검찰의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흥분한 나머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에 대해,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 놓고 나중에 정리된 문건을 보니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것 같아 그랬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검찰은 대화록 원본과 수정본의 차이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호칭, 명칭, 말투 등을 고치고 원본에 없던 부분을 녹음파일과 대조해 덧붙이거나 일부 수정한 정도로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모든 과정과 결과는 반드시 기록물로 생산 관리해야 하고, 이들 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보존해야 한다. 이 법을 만든 주체가 바로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사람들이다. 원본은 기록물일 수 없기에 삭제는 당연하다는 것이나, 실수로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았을 뿐이지 고의성은 없었다는 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의 발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정국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더이상 정치적 논란을 빚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원본 삭제와 대화록 미(未)이관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논란을 끝내야 한다. 특히 문 의원은 대화록의 행방과 실종 경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원본 열람 등 이런저런 주장으로 파문을 확산시킨 책임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