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력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는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아베 총리가 주변에 “중국은 말도 안 되는 국가이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하다”고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총리 주변’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이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본 외무성은 어제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감의 뜻을 전해 왔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총리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한일관계를 더욱 곤경에 빠뜨릴 ‘악재’임에 틀림없다. 이런 식의 감정적 발언은 한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다. 일본을 방문한 한일협력위원회 국회대표단(단장 서병수)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사실 관계를 즉시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총리를 보좌하는 고위 측근과 전문가들의 말을 소개하며 잡지는 ‘정한(征韓·한국 정벌)’이라는 표현을 썼다. “일본의 금융기관이 손을 떼면 한국 경제는 괴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삼성이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다” “유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한 차례 풍파를 일으키는 게 좋지 않겠나” 같은 거친 발언은 일본의 양식을 의심케 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간신’이라고도 했다. 19세기 중반의 ‘정한론’처럼 경제력으로 한국의 무릎을 꿇리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일랑 거둬주길 바란다. 그런 시도가 성공할 수도, 용납되지도 않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를 타개하려면 양국 모두 성의를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겉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손을 보겠다는 심사라면 갈등이 풀릴 리 없다. 아베 총리는 그제 한일협력위원회에 참석한 한국 국회의원과 재계 인사들을 만나 연내 정상회담을 또다시 희망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축하메시지를 보내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촉구했다.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은 결국 두 지도자가 나눠 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