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희균]3년 예고제? 3일 예고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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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교육담당 기자를 하면서 ‘대입 3년 예고제’라는 단어를 기사에 얼마나 많이 써왔는지 모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교육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늘 3년 예고제 약속이 나왔고, 언론은 일말의 기대를 담아 이를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매년 각 대학의 다음 해 대입전형계획이 나올 때면 거짓말쟁이가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입 3년 예고제란 수험생이 안정적으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적어도 대입 3년 전, 즉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입시의 기본 사항을 알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한 2015학년도 대입 기본계획을 보면 ‘혹시나’가 ‘역시나’일 뿐이다.

8월 말 교육부는 대입 간소화를 위해 각 대학이 201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우선선발과 최저학력기준을 없애야 한다고 발표했다. 두어 달 만에 전형안을 만들어야 하는 대학들은 부랴부랴 다른 대학의 동향을 살피며 전형안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자연히 2015학년도 전형안 제출 마감 기일인 15일까지 전형안에 상세 규정을 담지 못한 대학이 대부분이었고, 아예 전형안을 제출하지 못한 대학도 있다.

정부의 대입 간소화 정책이 결과적으로 정시 비중을 키우고, 상위권 대학들이 우수 학생 선점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도 현실이 됐다. 서울 소재 대학들의 입시안은 불과 1년 전의 입시안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논술을 없앴고, 고려대는 정시에서 50%였던 수능 반영 비중을 90%까지 높였으며, 연세대는 특목고생이 많이 몰리는 특기자전형 선발 인원을 늘렸다. 2015학년도 수험생이 중학교 3학년일 당시에는 대입에서 특목고가 예전처럼 유리하지 않고, 수시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상위권대는 논술을 고강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그러니 이번에 나온 요강들을 보며 많은 학생들은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혼란의 원인은 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대입 간소화라는 명분 때문에 3년 예고제를 무시한 점, 대학들이 경쟁 대학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게 전형안을 짜지 못한 점,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입시안 제출 마감을 불과 사흘 남기고 서울대가 정시모집군을 전격 변경하겠다고 예고한 점이다.

이렇게 두루뭉술한 요강으로 입시를 제대로 준비하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 답답한 것은 서울대가 갑자기 모집군을 바꿔 나머지 대학이 우왕좌왕한 ‘사흘 예고’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교육부는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대학들을 탓하기도 무안할 게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파듯이 수험생들이 사교육 정보에 몰려드는 현상을 말리기도 머쓱할 것이다. 도대체 교육당국은 언제까지 3년 예고제라는 거짓 기사를 쓰게 할 것인지 기자들은 수험생만큼이나 기가 막힌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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