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종합대를 방문해 ‘인간은 자유롭게 살기를 열망하며 이는 영원한 힘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면서 “어떤 폭정(暴政)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정은이 3대 세습 독재를 하고 있는 북한에서, 그것도 북한의 지도층 인사를 길러내는 김일성대에서 한 강연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강연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막았지만 몽골 측이 대통령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강연 전문(全文)을 게재해 뒤늦게 외부에 알려졌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강연에서 “몽골은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존중한다”면서 “자유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발전 기회를 실현하게 해주며 사회를 진보와 번영으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이 21년 전에 비핵지대를 선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부터 비핵국 지위를 인정받은 사실도 언급했다. 주민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을 넌지시 꼬집었다.
그는 “질문이 있으면 기꺼이 답변하겠다”며 강연을 끝냈다. 그러나 300여 명의 김일성대 교수와 학생들은 몽골 대통령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치면서도 질문은 끝내 하지 않았다. 북한은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단어는 사용하지 말라며 사전에 주의를 주었지만 민감한 발언을 막지 못했다. 그는 몽골이 2009년 사형제도를 폐지한 사실도 소개했다. 주민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 공개처형을 밥 먹듯이 하는 북한엔 이 발언도 충격적이었을 듯하다. 김정은이 국빈 방문한 몽골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도 이 강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1990년 민간 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같은 해 69년에 걸친 공산당 독재를 종식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북한에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강조한 그의 용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김일성대를 졸업한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강연 참석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초빙교수는 최근 미국 NK뉴스 기고를 통해 ‘북한의 민간시장(장마당)이 활성화하면서 바깥세상과 관련한 소문과 정보가 자유롭게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2400만 주민의 자유와 소통을 영원히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