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에 체포됐을 때 (그들은) 공을 차듯 얼굴을 차며 고문했습니다. 먼저 탈북한 언니는 중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넘겨졌고 어린 남동생들은 굶어 죽었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청문회에서 탈북자 조진혜 씨가 고발한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 겪는 고통은 수많은 탈북자들이 증언하는 대로 참혹하다.
동남아로 가려던 탈북자 15명이 중국 윈난(雲南) 성 쿤밍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2명은 탈출했지만 13명은 억류돼 있다. 가족 단위 탈북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미성년자와 영유아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체포한 공안은 북-중 접경지역을 관할하는 랴오닝(遼寧) 성 소속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을 추적해 국경을 넘기 직전에 체포했다는 얘기다.
중국은 국제 인권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선출됐다. 북한 인권조사위원회도 그 산하 기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세계 여러 나라의 인권 실태를 감시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해결할 책임까지 맡은 것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없는 만큼 중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15명이나 되는 탈북자가 중국에서 체포된 것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12일 끝난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인권 침해와 공권력 남용으로 비판받던 노동교화제를 폐지하고 사형 적용 범위를 축소했다. 중국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면 탈북자들을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해줘야 한다.
올해 5월 라오스로 탈출했던 청소년 9명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정부는 눈을 뻔히 뜨고 당한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국은 이달 초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이 됐다. 당당하게 중국에 ‘난민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근거해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하지 말도록 요구해야 한다. 마침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도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