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소통하고 싶은 욕망을 품었다. 지상의 삶을 초월해서 더 높은 세계에 도달하려는 인간적인 갈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발명품도 개발했다. 바로 수직이동이 가능한 계단과 수직적 상승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고딕식 건축물이다.
한지선의 작품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이 두 가지 인류의 발명품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상상의 발걸음을 옮겨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비록 계단을 오르는 일이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최종 목적지인 하늘까지 걸어가겠다는 용기도 생겨났다. 그런데 한지선은 왜 사방이 낭떠러지인 대리석 계단을 선택했을까? 타협하지 않고 결연하게 나의 길을 가겠다는 도전정신의 표현이리라.
계단을 오르는 행위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으니 말이다. 한편 단단한 대리석 계단을 뚫고 자라나는 녹색식물을 가로수처럼 배치한 것은 생명의 신비한 힘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가 한지선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삶은 스스로 기둥과 계단을 만들어 자기 자신을 드높은 곳에 세우려고 한다. … 그러므로 삶에는 높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삶에는 높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계단과 이 계단을 올라가는 자들이 필요하다. 삶은 오르기를 원하며 오르면서 자신을 극복하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속 계단을 묵묵히 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더 높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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