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승일]송전탑 그만 세우고 산업용 전기요금 올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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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지금부터 30년 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kWh당 평균 55원이었는데 요사이에는 90원 정도가 되었다. 같은 시기 시내버스 요금이 10배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해 보면 그간 전기요금이 얼마나 낮게 유지되어 왔는지 알 수 있다.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하여 전력 수요는 걷잡을 수 없이 증가했고 지금도 매년 전력 사용량은 다른 에너지보다 2배 정도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 한 사람당 전력 사용량이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2배 가까이 되는 일본, 독일, 프랑스나 영국보다 더 많아진 것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이렇듯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전력 설비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인 1960년대 중반에 50만 kW 정도였던 우리나라의 발전 설비 용량이 지금은 8000만 kW를 넘어섰으니 무려 160배가 늘어난 셈이다. 고립되어 있는 좁은 국토는 이미 발전소와 송전탑으로 포화 상태가 되어가고 있어서 이제는 더 짓고 싶어도 마땅히 지을 곳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질곡 속에 빠지게 되고 말 것이다.

값싼 전기요금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도리어 이러한 정책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더욱 확산되게 할 것이고 이에 따른 발전소의 추가 건설과 송전 설비의 확장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조차도 값싼 전기요금에 매력을 느껴 우리 땅에다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공장들을 지으려 할 것이다.

합리적인 전기요금 제도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이 육성될 것이고 신재생에너지 같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발전소나 송전 설비를 건설하는 대신 에너지저장장치를 대규모로 보급하고 이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운용한다면 전력 문제도 해결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산업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기요금 제도가 개선되어야만 한다. 우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력 수요가 늘어날 때 전기요금도 함께 올라가는 피크타임 요금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침 정부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의 앞날을 내다보며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조형 에너지경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전기요금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송전탑#산업용 전기요금#전력 사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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