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김철주]숭례문 부실, 더 생각해봐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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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에 휩싸였던 국보 1호 숭례문이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복구되었지만 불과 반 년 만에 부실 공사 논란에 문화재청장 경질에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복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러한 현상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정말 심각한 수준의 문제인가.

문화재청은 자체 감사와 감사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여 연말쯤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한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어떻든 감사원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히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억측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차분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하는 점들이 있다.

기둥이 갈라졌다고 무작정 흥분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건축물 전체 구조와 안전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신호인지 혹은 다른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감사와 조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 목조건축의 특수한 측면만큼은 국민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복궁 중건을 주도하던 흥선대원군 시절 경복궁 내 사정전은 왕이 평상시 거처하면서 정사를 보는 건물로 여러 전각 중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사정전 우측면 기둥에는 경복궁 중건 시 건조 균열이 발생한 소나무를 사용했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건물을 짓기 전 잘생긴 나무를 잘 건조하여 세웠다고 생각했으나 개중 몇 개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공장에서 품질관리를 받으면서 생산된 목재가 아니고 자연 생산품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목재는 공업제품이 아니다. 한 건물에 목재 기둥이 20개가 쓰였다면 이 기둥들의 성질은 다 제각각이다. 균질한 재료가 아니다 보니 시공 후 모습도 저마다 다 다르다. 목재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충분한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갈라짐(균열)을 전체 구조물의 위험 징후로 여기는 것은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경복궁 중건 시 사정전 기둥의 갈라짐으로 도편수나 감독관이 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국내산 소나무를 사용하여 시공한다. 외국산 소나무 중에 우리 소나무보다 훨씬 강도가 강한 나무들이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우리 소나무를 쓰려고 한다. 국내산 소나무는 외국산보다 균열이 자주 생기고 뒤틀리기 쉬운 단점이 있지만, 건조 균열 시 섬유질이 강하여 질기다는 장점이 있다. 소나무는 송진이 있기 때문에 건축용 구조재로 사용된다. 송진은 세월이 흐르면서 굳어 목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 송진은 외부로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불량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와공사와 관련한 대목 역시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번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기와는 순수하게 손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생산된 기와로 문화재를 복원하다 보니 색상과 품질이 일정한 반면 고건축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없었다.

이에 비해 숭례문 기와는 손으로 만든 기와를 사용해 색상이 고풍스럽고 편안함을 준다. 그런데 이 기와 또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올겨울 동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흙을 손으로 이겨서 만들었으므로 기계로 반죽하여 만든 기와보다 밀도가 약할 것이고 가스 가마(가스로 불을 때서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가마)가 아닌 흙 가마에서 구웠으므로 강도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파가 나서 파손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것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파가 난 기와는 지붕에 올라가 갈아 끼우면 된다. 이번에 부실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청도 마찬가지다. 복원된 숭례문 단청은 천연안료와 수간분채가 같이 쓰였다.

천연안료가 생산되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이라서 목재 값보다 단청 안료 값이 더 비싸다. 그러다 보니 수간분채라는 천연안료에 가장 가까운 안료를 선택했고 천연안료로는 아교(천연 접착제)와 호분(조개껍데기를 갈아서 만든 백색의 안료)을 사용했다. 숭례문 단청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서까래 끝의 꽃문양이 들뜬 것인데 바로 호분을 사용한 부분이다. 천연안료인 호분에서 들뜨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숭례문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천연안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천연안료가 공해와 산성비에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통 방식을 찾아 숭례문을 최대한 당시의 모습대로 복구하려고 했으나 너무 오랫동안 단절된 전통 기술을 복구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본다. 좀 더 천천히 연구하면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면은 분명 인정해 줘야 한다. 이번 일로 전통 방식대로 숭례문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외국산 소나무와 공장 기와, 화학안료를 사용하여 중요문화재를 복구할 순 없지 않은가.

※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수원 화성 등 문화재 보수 공사에 참여해 왔다.

김철주 서울 종로구 평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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