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도·감청은 곧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국들과의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하원의 9선 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 출신으로 2011년부터 워싱턴 소재 중도 성향의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센터를 이끌고 있는 제인 하먼 원장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파문 후 미국 내 움직임을 이렇게 전했다. 하먼 원장은 “상대국에 대한 도·감청과 9·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도·감청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먼 원장은 하원 정보위, 군사위 등에서 활동했고 2012년 중앙정보국(CIA) 국장 물망에도 오른 바 있는 정보 분야 전문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절친’이기도 한 하먼 원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2016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면서도 “그는 훌륭한 대통령감”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하먼 원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심규선 논설위원실장,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허승호 위원 등 논설위원 7명과 1시간여 동안 대담했다.
―미 NSA 도·감청 파문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9·11테러 직후 생긴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도·감청 프로그램과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존재한 외국(우방 포함) 정보 수집을 구분해야 한다. 단, 정보 수집에 있어 좀 더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환영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상대국에 대한 (무차별) 도·감청을 중단시키기 위한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국적 협약 형식의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도·감청 감시 프로그램은 유지돼야 한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테러 위협에 노출된 모든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워싱턴의 ‘망가진 정치(broken politics)’를 그대로 노출한 정부 잠정폐쇄(셧다운)와 중동 사태 등으로 그동안 이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합의 도출을 위해서는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이 필요한데 이들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재선에 실패하고 있다. 월간 ‘내셔널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중도 성향의 의원이 1992년 250명에서 올해(10월 기준)는 1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한미 관계는 견고하다. 한미 간 현안에 대한 합의는 궁극적으로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
거침없는 어조로 대화를 이어 가던 하먼 원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직답을 회피했다. 그 대신 “우방들이 군사적 자급자족력(self sufficiency)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미국은 현재 국방비 삭감 등으로 지원 여력이 없다”며 우회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먼 원장은 (북핵을 빌미로 한) 일본의 핵무장에 미국은 암묵적 지지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먼 원장은 “미국은 결코 동아시아 지역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먼 원장은 절친인 클린턴 전 장관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각각 미국 명문 여대인 스미스, 웰즐리 출신인 하먼 원장과 클린턴 전 장관은 요즘 차세대 여성 리더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우드로윌슨센터 내 프로젝트도 클린턴 전 장관이 총괄하고 있다.
하먼 원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클린턴 전 장관은 모든 자질을 갖춘 정치인이며 그의 행보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단, “대선 완주를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하먼 원장은 “둘째 아들이 올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동창생인 한국계 여성과 결혼했다”며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결혼식 전날 만찬에서 사돈과 각각 핑크색 하늘색 한복을 입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어제도 사돈과 만나 점심을 같이했고 며느리가 너무 사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은 가족 같은 나라라고 말하는 하먼 원장은 내년 2월에도 한국과 중국을 방문해 우드로윌슨센터와의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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