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답보다 질문 더 많이 던진 개혁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0일 03시 00분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세계의 주목을 받은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최근 막을 내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리커창(李克强) 총리’ 체제는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테지만 변화의 노선과 리듬은 전과 다름없이 ‘중국적’일 것임을 보여줬다.

1978년 11기 3중전회에서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이후 중국은 세 번의 중대한 개혁기를 거쳤다. 덩샤오핑 시절인 1978년, 1992년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주룽지(朱鎔基) 총리’ 시절인 1999∼2001년이다. 덩샤오핑은 2차례 개혁으로 ‘철권통치’라는 중국의 전통적 정치 모델을 깼다. 당과 정부를 분리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세웠으며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이상적 혁명주의’에서 ‘실용적인 발전주의’로 바꿨다. ‘장쩌민-주룽지’ 시대의 개혁은 중국을 세계와 잇는 것이었다.

‘시진핑-리커창’ 시대의 개혁은 더 어렵고 도전은 더 거세다.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 반대자들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반대했을 뿐 사적인 이익과는 관계가 없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주룽지’는 경제 발전을 통해 개혁을 달성했다.

그러나 35년간 개혁개방으로 국영기업은 경제 분야에서 주도적 지위를 차지했고 정부가 주요 자원의 분배를 담당하게 됐다. 사회도 계층화됐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거대 정치권력이 상업이익을 챙길 기회를 제공했다. 특권층과 독점기업의 결탁은 현재 공산당의 이익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개혁을 심화해 시장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공평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이런 시스템은 피해를 입는다. 개혁할 필요가 있는지, 개혁의 표준은 무엇인지를 두고 사상 분열과 논쟁이 전례 없이 분출할 것이다. 또 많은 중국인들은 개혁을 찬성하지만 개혁으로 중국의 실력이 약화될지 우려한다.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온건 개혁 방침을 세웠다. 현재 직면한 많은 문제를 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뚜렷한 개혁 성과를 내고 싶겠지만 새 지도자들은 중국의 기득권 세력과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두 지도자 스스로가 개혁의 안정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3중전회에서 소득 분배 제도와 사법 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개혁을 전담할 ‘전면적인 개혁을 심화할 영도소조(領導小組)’가 만들어진다. 자원 배분 시 시장의 결정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하지만 국유경제의 주도적 활동을 유지한다고 못 박았다. 당분간 국유기업에 대해 중대한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토지 개혁도 구체적이지는 않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한다는데 구성원, 역할 등이 나오지 않았다. 당내 기구인지 정부 기구인지도 불투명하다. 정부 기구라면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을 장악할 수 있을까? 시 주석이 국가안전위원회와 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으면 시 주석의 권력은 전례 없이 강화된다. 그렇다면 중국 정치가 다시 ‘철권통치’로 회귀하는 것일까? 이번 3중전회는 답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남겼다.

시 주석이 개혁을 추진할 충분한 용기와 담력이 있으면 중국 사회는 시 주석이 ‘철권통치자’가 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시 주석에게서 실망보다는 희망을 훨씬 많이 본다. 그는 시종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시간도 촉박하다고 말한다.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이익 구조를 깨고 안정적으로 개혁을 진행한다면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복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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