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빅브러더’ 구글에 정보주권까지 내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03시 00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직원들은 출근할 때마다 휴대전화의 카메라 렌즈에 스티커를 붙인다. 카메라로 기업 비밀을 찍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출입하는 자동차는 미리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사무실 컴퓨터로 외부 인터넷을 쓸 수는 있지만 자료가 대량 유출될 수 있는 구글 드라이브는 사용할 수 없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들은 산업기밀 보호를 위해 각종 보안망을 촘촘히 짜놓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업체들이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면서 개인 사생활 보호와 국가 및 산업체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이용자의 위치기록은 물론이고 e메일의 내용과 자주 검색한 상품까지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저장 분석하는 빅브러더(Big Brother)가 돼 가고 있다. 공무원들조차 휴대전화에서 정부 e메일이 안 된다며 구글의 G메일을 즐겨 사용한다. 페이스북 역시 개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해 은밀한 사생활 정보까지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처럼 ‘탐욕스럽게’ 정보를 수집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한국인들의 정보가 담긴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서버도 이들 업체와 미국 정부만 접근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감청 파문에서도 NSA가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민간 인터넷업자들의 중앙 데이터 서버에 접근해 이용자들의 통신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도·감청과 데이터 수집이 테러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정보전(戰)에서 자국 산업 보호도 중요한 목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권력이자 비즈니스 기반인 ‘빅데이터’를 미국 업체들에 통째로 넘겨주고 있는 셈이다. 정보의 생성 저장 활용을 자국의 힘으로 하는 정보 주권(主權)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 회의에서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인터넷을 광대한 감시의 플랫폼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 통신에서 정보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는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도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같은 관련 법률들을 정비해 해외 업체라도 한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도록 합리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구글도 이용자들의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구글#산업기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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