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충남 당진시 송악읍 허름한 주택에서 김모 씨(55)가 뇌병변을 앓는 아들과 동반 자살했다. 25년 전 여섯 살이던 둘째 아들이 트럭에 받혀 뇌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식물인간이 되자 부모는 정성껏 수발해 왔다. 아버지는 힘겨운 삶과 오랜 병간호에 지쳤던 모양이다. 김 씨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아들아 미안하다, 미안’이라는 짤막한 유서는 아버지가 겪어온 고통을 짐작하게 한다.
공업용 가스충전소 배달기사로 일한 김 씨는 살림이 넉넉지 않았다. 월 11만6800원 장애인연금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의 전부였다. 그것도 제도가 도입된 지 3년밖에 안 됐다니 복지예산 100조 원은 다 어디로 흘러갔다는 말인가.
김 씨의 아들은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노인성 질환이 아닌 교통사고로 인한 뇌질환이어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의 재택 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 한 달에 100만 원가량인 요양병원에 보낼 여유도 없었다. 관할 송악읍사무소에서는 김 씨의 사정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니 오랫동안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던 셈이다.
두 달 전 경기 포천시에서는 말기 암으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아들이 목 졸라 살해하는 일도 있었다. 이 역시 간병비 부담 때문에 생긴 비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지만 평생 간병해야 하는 질환도 혜택을 받도록 의료복지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긴 병치레를 하다 보면 온전한 가정도 파탄 나는 경우가 많다.
복지가 화두가 되다 보니 복지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복지다.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빠지지는 않았는지, 복지전달 체계에 구멍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웃의 관심과 배려도 절실하다. 김 씨 부자의 죽음에 우리 사회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