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이 기업들로부터 상품권과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적발돼 최근 소속 부처로 돌아갔다. 문제는 이 행정관이 원대 복귀 외에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은 “청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부처로 원대 복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강한 징계 중 하나”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징계라면, 청와대 근무는 면책도 가능한 ‘훈장’이라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작은 청와대’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최상층 권력기관으로 변질되는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권력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청와대로 쏠리게 마련이다. 임기 초는 청와대의 영향력이 가장 셀 때다. 부처들은 청와대 파견 근무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비서관과 행정관의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이유다.
청와대가 비위 행정관을 아무런 징계 없이 소속 부처로 돌려보낸 것은 공직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대가가 입증되지 않고 소액을 받으면 별 탈이 없다는 뜻인가. 7월 국무회의에서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을 통과시킬 때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돈을 받아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박근혜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가 꺾였다는 비판을 받은 바도 있다.
박 대통령은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원전과 방위사업, 철도시설, 문화재 분야 등을 열거하며 “각 분야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들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부패 사슬을 끊으려면 청와대부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권마다 청와대 사람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순간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우리가 데리고 있었으니까 좀 봐주자’라는 인식으로는 공무원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