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제3차 협상이 26일부터 열린다고 정부가 그제 발표했다.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총생산액 18조 달러), 유럽연합(EU·17조6000억 달러)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지역통합 시장이 된다”고 몇몇 신문은 보도했다. 근거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소와 국제통화기금(IMF)의 2011년 통계다. 동아일보도 지난해 같은 통계를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NAFTA의 규모가 EU보다 크다고 응답한 수험생들은 낭패를 볼 판이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은 NAFTA와 EU의 지도와 함께 2012라는 숫자를 제시했다. 2012년 두 경제 블록을 비교한 질문이라면 ‘NAFTA 총생산액이 EU보다 크다’가 사실에 부합한다. 그런데 교육과정평가원은 ‘EU의 총생산액이 NAFTA보다 크다’가 옳다고 밝혔다. 2009년 국제통계연감에 근거한 교학사와 천재교육 교과서, EBS 교재에 그렇게 기술돼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국내 통계청과 IMF 통계 역시 NAFTA의 총생산액이 2010년 EU를 추월해 2012년엔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돼 있다. 평소 신문 읽기와 시사에 관심을 가져 온 학생이라면 구체적 숫자까지는 못 외운다 해도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는 건 ‘상식’으로 안다. 그래서 신문활용교육(NIE)은 사고력을 키워 주고 창의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가원은 한국경제지리학회 등에 자문했다며 “정·오답 판단은 교과서 내용만이 유일한 근거”라고 밝혔다. 교과서 통계는 시간이 흘러도 불변의 진실이라는 말인가. 이들은 1964년 12월 중학교 입시 때 출제 잘못으로 일어난 ‘무즙 파동’을 모르는 것 같다. 학부모들은 법원에 제소해도 소용없자 무즙으로 만든 엿을 솥째 들고 나와 “엿 먹어라”라고 외쳤다. 최근 역사 교과서 파동에서 드러났듯 교과서라고 오류가 없는 게 아니다. 평가원이 섣불리 결정했다간 무즙 파동 때처럼 줄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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