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현재 26.3%에서 2035년 29%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을 18기나 더 지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 비리로 국민 불안이 높아지자 원전을 동결하겠다더니 슬그머니 늘리는 모양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전은 점차 축소하는 것이 옳다.
원자력은 인류가 통제하기 힘들다. 안전과 위생의 대명사였던 일본이 원전 사고와 방사능 유출에 저렇게 허둥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지진 위험이 거의 없고 더 발전된 설계의 원전이어서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환경관련 연구소는 지구온난화로 2100년에는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도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했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의 반감기(半減期)는 30년(세슘137)에서 2만4000년(플루토늄239)이다. 1000분의 1로 줄려면 수십만 년 걸린다. 그 기간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울 곳은 지구상에 아무 데도 없다.
원전은 40∼50년 돌리면 폐쇄해야 한다. ‘고작’ 50년 편하자고 수십만 년 가는 방사능 덩어리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게 합리적인가? ‘일단 깊은 땅속에 묻었으니 기술이 개발되면 알아서 처리해’ 하고 말이다. 그 사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 방사능이 유출되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한국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정하면서도 ‘전쟁’을 치렀다. 고준위인 사용후핵연료를 묻을 곳을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원전이 위험한 건 알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고들 한다. 원전만큼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깨지고 있다. 원전의 발전원가는 kWh당 47원으로 석탄 62원, 액화천연가스(LNG) 118원보다 싸다. 그런데 LNG 값은 절반 이상이 세금이고 원전에는 세금이 미미하므로 세금 효과를 빼면 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과 주민 보상을 합하면 원전의 단가는 95∼143원으로 뛴다.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방사능 위험을 생각하면 친환경이라고 할 수도 없다.
화력발전소나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발달도 눈여겨봐야 한다. 유연탄을 때는 인천 옹진군의 영흥화력발전소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3년 만에 3분의 1로 줄였다. 영흥면 인구는 발전소 건설 이후 배 가까이 늘어났다. 1기에 50만 kW였던 발전용량을 87만 kW로 늘려 원전(100만 kW)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자랑한다. 신재생에너지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4∼5년 안에 태양광 가격을 석탄과 비슷한 kWh당 10센트로 만들 계획이다. 목표가 뚜렷하면 기술은 따라온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지 않는 것이다.
수요관리도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최근 1만6700여 개의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꿔 전기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에스코(에너지절약기업)를 활용해 시설투자비는 한 푼도 안 들었다. 피크 때 절전하라고 국민과 기업들을 닦달하지 말고 평소에 절전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절전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값비싼 친환경 야채와 달걀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자연 단백질과 똑같다는 MSG도 안 먹으려고 한다. 왜 전기만은 후손들을 파국으로 몰고 갈 위험을 무릅쓰고 값싸게 펑펑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크게 높아졌는데 정부의 에너지 대책은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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