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39>눈물 마법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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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가 ‘눈물 마법의 비밀’을 풀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잘 우는 여성 60명을 모아 슬픈 영화를 보게 하고는 눈물을 병에 담았다. 눈물의 효과와 비교하기 위해 식염수를 그들의 뺨에 흐르게 한 뒤에 따로 담았다.

연구진이 24∼32세 남성 50명을 불러 여성들의 눈물 및 식염수 냄새를 교대로 맡게 한 결과, 남성들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에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격 성향 및 성욕과 관계가 있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눈물에서 평균 13%가 떨어졌으나 식염수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여성의 눈물에 남성의 흥분과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울 때는 눈물 중 일부가 콧속으로 흘러든다. 코 선반(비갑개)에 흘러든 눈물이 틈새를 메우게 되면 비강의 공명 공간이 줄어 코맹맹이 소리가 난다. 여성의 코맹맹이 소리는 어린 애의 목소리처럼 듣는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데, 남성의 지적 판단과 냉정한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여성이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물론 여성의 눈물 마법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따른다. 눈물 마법의 메시지를 남발할 경우, 상대 남성이 동일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경향, 즉 내성이 나타난다. 직장 상사들이 여자 후배가 처음 울 때에는 잘 보살펴 주다가도, 눈물이 잦아질 경우 부담스러워하며 ‘방출 대상 1순위’로 꼽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의 눈물이 항상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눈물 본연의 역할인 불순물 침투를 막는 여과기 역할과 동시에 감정을 순화해 맑게 해 주는 스트레스 정화기 역할도 한다.

미국 화학자들이 양파 껍질을 깔 때 나오는 눈물과 슬플 때 나오는 눈물의 성분을 비교해본 결과, 슬플 때 흘린 눈물에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이 더 많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램지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긴 이유로 남성보다 잘 울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성의 우는 횟수는 대체로 남성의 5배에 이르는데, 연구센터에 따르면 여성의 85%, 남성의 73%가 실컷 울고 난 뒤에 심신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여성의 눈물에는 감정 조절을 통한 기분 전환이라는 잠재의식도 다분히 작용하는 것이다.

여자의 눈물이 진심인지 아니면 연출되는 것인지 분간하기는 어렵다. 다만 ‘남을 움직이려는 의도’와 ‘기분 전환’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오히려 한순간도 머물지 않으며 끊임없이 양쪽을 오가기 때문에 남성을 더욱 당황케 하는 마법인지도 모른다.

한상복 작가
#눈물#여자#내성#기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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