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금리가 쭉 오르자 주로 고정금리 조건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던 사람이 많다. 한번 오르기 시작한 금리가 탄력을 받아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데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려는 금융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유리한 조건의 고정금리 상품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고정금리로 대출 받은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7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렸고 이후 2번이나 더 내리면서 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서, 대출받았을 당시 금리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추세를 읽은 사람들은 올 상반기 기존 대출금을 갚고 변동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탔지만 그냥 둔 사람도 많다. 현재 금리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대출 상품 갈아타기를 할 때는 약정 기간 내에 대출금을 모두 갚았을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품을 갈아탈 경우 생기는 금리 차를 함께 따져 결정하는 게 먼저다.
고정금리 4.7%로 총 1억 원을 빌린 박 부장의 경우를 보자. 박 부장이 만약 이 상품을 버리고 연 최저 3.4% 수준(6개월 변동)인 변동금리로 갈아탈 경우 연간 1.3%포인트, 금액으로는 연간 13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을 갚을 경우 생기는 중도상환수수료는 50만 원이므로 이 수수료를 내고도 연 80만 원 이익을 보는 것이니 당연히 갈아타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변동금리 상품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 미국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출구전략을 시작하고, 한은이 뛰는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선제적으로 크게 올리면 변동금리 대출자는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는 당분간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한은에 던지고 있다. 신흥국 부도 등 최악의 상황이 전개돼 글로벌 자금이 안전 자산인 미국 달러로 쏠리고 한국 증시에서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는 한 이른바 ‘게걸음 금리’ 횡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설령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 해도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는 1, 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또 하나,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있지만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꿀 때는 대체로 없다. 따라서 수수료와 금리 차를 비교한 뒤 일단 변동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고 나중에 다시 고정금리로 갈아타도 된다는 것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기지 말라’는 지침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이 있는데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려는 당국의 기조를 감안하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출에는 주택대출 이외에 전세자금대출이나 신용대출도 있지만 이는 대출 기간이 1, 2년으로 짧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전세자금대출은 갈아타려면 집주인 동의서가 필요해 절차가 까다롭다.
한편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주거래 은행을 만들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주거래은행이 금리 혜택을 주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금리가 싼 은행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뒤 해당 은행을 찾아가 청약예금이나 모바일뱅킹에 가입해 우대금리를 추가로 적용받는 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
신규 대출자라면 상환방식도 잘 선택해야 한다. 대개 매달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정해두고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을 고른다. 1년 거치 9년 분할상환 같은 식이다. 대출 초기 상환부담을 줄이고 나중에 원금을 천천히 갚아나가는 방식이지만 꼭 유리한 건 아니다. 거치 기간에는 이자만 나가고 원금은 한 푼도 줄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은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거치기간을 둔다’고 하지만 속뜻은 ‘이자 받는 기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생활비를 줄이고 고통스럽게 갚아 나가야 할 돈이니 되도록이면 거치 기간이 없는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을 택하는 게 대출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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