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육정수]연평도 다음은 어디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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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수 배재대 초빙교수
육정수 배재대 초빙교수
‘미국은 때리고 싶은 녀석을 때린다. 영국은 미국이 때린 녀석을 때린다. 일본은 맞으면 미국에 일러 (미국이) 대신 때리게 한다. 이스라엘은 자신을 노리는 녀석을 먼저 때린다. 중국은 맞으면 욕을 한다. 북한은 누군가에게 맞으면 한국을 때린다. 한국은 맞으면 한미 연합훈련을 한다.’

지난해 중국 인터넷에 떴던 내용이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사실적 측면을 상당히 반영한 느낌이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그나마 우리 해병대가 대응 포격을 가해 북측에도 어느 정도 피해를 줬지만 천안함 폭침 때는 손도 못 쓰고 침몰 원인에 관해 국민 여론만 두 동강 나버렸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소설 쓰기’라고 했던 유명 인사가 있는가 하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한 원로 신부는 최근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강론을 했다.

연평도 도발 3주년을 하루 앞둔 22일에는 북의 서남전선사령부가 ‘청와대 불바다’까지 거론했다. 연평도 도발 이후 서해 5도를 지키기 위해 창설된 우리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맞서고 있는 이 부대는 “무모한 도발이 재발된다면 연평도 불바다가 청와대 불바다로, 통일대전의 불바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적반하장(賊反荷杖) 식 협박을 했다.

이제 김정은은 극심한 경제난을 벗기 위해 새로운 도발 지역을 찾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음 도발 대상으로는 금강산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짙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국제 투자 및 신용을 추락시키면 어쩔 수 없이 자기들을 달래기 위해 ‘퍼주기’에 나설 것이라는 계산 아래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해의 최북단 백령도보다도 위도가 높아 휴전선이 85km나 더 올라가 있는 이곳은 동서 양쪽으로 바다와 태백산맥에 둘러싸여 고립된 섬과 같은 취약 지역이다. 즉, 이곳은 북쪽과 동해로부터의 도발을 막아내야 할 뿐 아니라 태백산맥으로 인해 인근 부대의 즉각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 야전 지휘관은 지난 주말 이곳을 방문한 필자 일행에게 “처음 부임했을 때는 이곳을 때릴 가능성을 70∼80%로 봤는데 지금은 99%로 보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그는 “북은 전투기들을 이 지역 가까이로 남진(南進) 배치하고 각종 화력(火力)을 집중 배치하는 등 도발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휘관은 “북이 이곳에서 도발을 하면 즉각 5∼10배에 해당하는 보복 타격을 하고, 반드시 북의 불타는 모습을 우리 정찰기가 촬영해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도발할 때마다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경고만 하고 끝내는 종래 패턴을 이제 깰 것이라는 각오에 차 있는 것이다.

육정수 배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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