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가 22일 일본이 독도에서 훈련을 하는 상황과 한미가 연평도 해역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상황을 비교하며 연평도가 북한 땅이나 되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았다. 박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미사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이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에서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이라며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했다.
자신의 발언이 큰 논란을 빚고 있는데도 박 신부는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신부고 다른 것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신자들이 위로 전화를 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데 나는 광주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라며 “박 대통령 퇴진 운동을 계속하겠다. 이번에 국민들이 크게 일을 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러니 박 신부가 진정한 RO(혁명조직)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간인이 거주하는 우리 영토에 170여 발의 포탄을 쏟아부어 군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을 숨지게 한 도발을 두고 북한의 정당방위라니 박 신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사제인지 모르겠다. 연평도에서 전사한 해병대원 서정우 하사는 단국대 법학과를 다니다 군에 입대했다. 서 하사의 어머니가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마련된 ‘서정우 강의실’의 현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머금는 모습이 짠하다. 박 신부에게 유족의 아픔도 안중에 없는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일탈과도 관련이 없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은 지금 법원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박 신부의 태도는 결코 성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대통령 하야 미사’를 주도한 정의구현사제단은 가톨릭을 대표하는 단체는 아니다. 전국 신부 4000여 명 중 200∼5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부들은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정치적 주장을 하려면 신부복을 벗고 미사라는 명칭도 쓰지 말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과연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보호막을 벗어던질 용기나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천주교도 일부 사제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개신교 목회자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도 다음 달 16일부터 성탄절까지 서울광장에서 정권 퇴진 금식 기도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어떤 종교든 정치적 진영 논리에 함몰돼 도를 넘는 주장을 한다면 갈등의 치유와 사랑의 전파라는 종교의 본령을 저버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