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 핵폐기 큰 진전, 미중러는 북핵 협상도 적극 나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5일 03시 00분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어제 제네바에서 이란은 농도 5%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미국은 일부 제재를 해제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란 핵문제는 북한 핵과 더불어 가장 심각한 세계적 안보 현안이다. 2002년 이란 반정부 단체가 우라늄 농축시설의 존재를 폭로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이란의 노골적인 핵개발 정책이 충돌하며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갈 길이 멀지만 처음으로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은 의미가 크다.

유엔 안보리는 그동안 4차례의 제재 결의를 통해 이란을 압박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체적으로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를 포함해 여러 가지 제재를 가했다. 이란은 제재에 맞서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20% 농축우라늄까지 생산했으나 8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방향을 바꿨다. 제재를 받으며 경제위기를 감수하는 대신 대화로 해법을 찾는 실용적 노선을 택한 것이다. 로하니는 미국 러시아 영국 정상과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화해를 모색했다.

P5+1과 이란은 6개월 동안 이번 합의를 시행해 가며 종합적인 해법을 만들 계획이다. 관련국 정상들이 관여하고 외교장관들이 직접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다시 핵개발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더욱 강한 제재를 부를 것이다. 제재 완화에 대해 이스라엘이 반발하고 미국 공화당도 비판하지만 대세는 협상을 통한 해결로 기울었다.

이란 핵문제가 타결 국면에 들어가면서 북핵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북한은 3차례나 핵실험을 해 우라늄 농축을 주로 하는 이란보다 훨씬 심각한 도발을 했다. 그런데도 2008년 12월 이후 5년 동안이나 북핵 6자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란 핵문제 해결에만 힘을 쏟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이 크다. 특히 6자회담에도 참여하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북핵 협상에 나서야 한다.

최근 한미중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분주히 오가지만 별 진전이 없다. 협상대표의 격을 높이는 것도 시도해 봄 직하다. 6자회담 수석대표는 낮을 땐 국장, 높아야 차관급이다. 이란 핵협상처럼 장관급이 참여하고 정상들이 관여하는 시스템으로 무게를 올린다면 협상의 물꼬가 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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