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친박계 중진의 3선 의원 출신인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유세지원단장이었다. 앞서 이 위원회가 도로공사가 올린 사장 후보자들을 반려하고 재공모에 나선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청와대는 김 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도로공사가 엉뚱한 사람을 후보로 올렸기 때문 아닌가. 당초 김 전 의원은 고향인 경남 창원(진해)과 가까운 진주로 본사를 이전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장을 원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돌고 돌아 도로공사 사장에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수개월째 공석이던 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엔 지난달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씨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김 전 의원이 실제로 사장이 된다면 공천 뒷거래라는 말이 무성할 것이다.
두 사람 다 도로공사와 지역난방공사를 이끌 전문성을 갖췄다고 하기 어렵다. 한 사람은 대선 공신이고 또 한 사람은 재보선 공신이다. 이런 식이라면 뭣 하러 복잡다단한 선임 절차를 거치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면서 내세운 게 국정철학과 전문성이다. 국정철학이란 게 결국 내 사람 심자는 것이고, 전문성은 국회의원 했으면 다 갖췄다고 본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근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며 강력한 공기업 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 하는 것을 보면 파티를 끝내기는커녕 새로운 파티를 열어 주는 것 같다. 낙하산 사장과 강성 노조의 은밀한 뒷거래가 공기업 방만 경영과 부패의 주범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누리당 선거 공신들은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자리를 주지 않느냐. 관료들만 좋은 일 시킬 참이냐”고 불만이 많다. 그래서 정권 공신이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계속해서 공기업 책임자로 임명하겠다는 심산이라면 차라리 공모제를 없애는 게 행정 낭비라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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