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방공(防空)식별구역에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부와 이어도를 포함한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이어도에는 2003년 우리 손으로 종합 해양 과학기지를 건설했다. 한국의 대륙붕 및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포함되어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으로 인정받는 영토 개념은 아니지만 선제적 방어를 위해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작전 구역으로 ‘준(準)영공’으로 통한다. 이번 중국의 선포로 한국 항공기가 우리 관할 아래 있는 이어도 상공을 비행할 때 중국 눈치를 보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우리 국방부는 “중국의 일방적인 선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상 통보 없는 비행에 대해 실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1969년 일본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도 이어도가 들어가 있지만 정작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안에는 이어도가 없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미군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되지 않았다. 1979, 1983, 2008년 일본과의 공식 교섭에서도 우리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 것은 외교력 부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이어도를 포함시킬 경우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넣겠다는 ‘독도 연계론’에 밀려 대응 논리도 개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어도와 주변 해역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99.8%와 곡물과 원자재의 100%가 통과하는 우리 해상 교통로의 핵심으로 꼽힌다. 또한 원유와 천연가스 등 230여 종의 해저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경제적 가치가 크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가 완성된 이후에는 우리의 영해 수호 및 주변국 해군의 해양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충돌은 배제해야 되겠지만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해 명백히 권리를 주장할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마침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과 중국의 차관급 전략 대화에서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우리의 우려를 중국 측에 충분히 전달하고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EEZ 획정 관련 협정을 통해 해양경계의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