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 걸쳐 있는 구로디지털밸리는 1964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다. 바로 과거에 ‘구로공단’이라 불리던 곳이다. 한때 ‘산업역군’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긍정적인 존재감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힘든 일을 하는 ‘공단근로자’ 이미지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문화적 만족으로 젊은이들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로디지털밸리에는 합창단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피아노연주회, 록밴드 등이 속속 생겨났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심심찮게 길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천 주안의 탭댄스 공연과 시화단지의 ‘사물놀이와 판소리’를 비롯해 비보이공연,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전국의 산업단지에서 ‘산업단지를 찾아가는 공연’이 이어졌다.
8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린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날’ 축하 공연은 이런 변화를 유감없이 보여 준 자리였다. 윤동주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라밤바’와 ‘베사메무초’를 노래한 라틴음악의 향연, 구로디지털밸리에 근무하며 틈틈이 화음을 맞추어 온 CEO합창단 ‘G하모니’ 등의 공연은 객석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합창, 아카펠라, 우쿠렐레 등 18개 동아리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경연대회인 ‘산업단지 행복 페스티벌’도 21일 경기 시흥시에서 개최되었다.
미래는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관련 부처와 기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힘을 합쳐야 한다. 마침 내년도에 산업단지 내 폐산업시설과 유휴 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포함하여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4개 부처 7개 사업의 합동 공모를 진행 중에 있어 그 기대가 크다.
전국의 산업단지는 무려 7만800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보금자리이자, 제조업 수출의 76%, 고용의 44%를 차지하는 핵심 공간이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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