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이 밝힌 통진당 대리 투표의 ‘진짜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9일 03시 00분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어제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 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 조직국장 백모 씨와 이모 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리 투표가 보통·직접·비밀·평등이라는 선거의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에서 재판 중인 다른 사건에서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부정으로 510명이 기소돼 전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은 정당 대표자와 대의원을 선출하는 투표와는 달리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며 “직접투표는 민주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올해 10월 “헌법이나 법률에 공직선거의 4대 원칙을 당내 경선에서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피고인 45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송경근)의 판결이 잘못임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국민이 정당에 선출을 위임하는 만큼 정당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뽑을 때라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통진당은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비례경선 재판 전원무죄, 마침내 진실이 밝혀졌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고 여론을 호도했다. 그 하급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이에 대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진당은 스스로 부정 경선을 막을 의지가 없고, 비례대표 의원들도 부정 경선으로 당선된 무자격자라고 할 수 있다. 입시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된 수험생의 경우 응시 자격이 박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심 재판을 통해 통진당을 사실상 대표하는 이석기 의원이 조직한 혁명조직 RO의 국기문란 행위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일부 통진당 간부는 북한의 대남 공작 조직인 225국의 지령을 받고 행동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런 집단이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총체적인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사회 질서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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