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주도의 한라산은 서리꽃이 내려 흰 모자를 쓴 듯했다. 섬 곳곳은 억새밭으로 장관을 이뤘다. 최근 종영된 TV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온 산굼부리에는 벽안의 서양인, 중국인, 히잡을 쓴 중동인 등 다국적 관광객들로 붐볐다. 국내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합친 올해 제주 관광객이 어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와이 발리 오키나와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월 현재 210만 명에 이른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지정 3관왕에 빛나는 천혜의 자연과 함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와 경쟁하는 세계 유명 관광지 가운데 상당수가 1년 내내 비슷한 날씨인 반면에 제주도는 사계절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 60개가 제주도로부터 2시간 이내 비행거리에 있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관광 제주’ 달성에는 제주도 자체의 노력도 기여했다. 2002년 정부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한 이래 제주도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규제를 폐지해 외국인을 끌어들였다. 2008년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고 2010년에는 미화 50만 달러 이상 또는 한화 5억 원 이상의 휴양시설을 매입하면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했다. 해안과 숲길을 따라 걷는 올레길은 걷기 열풍을 만들어내며 인지도를 상승시켰다. 저가항공 운항, 직항로 증설, 관광유람선 유치를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1040만 명을 기록했다. 해외 관광객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곳이 제주도이다. 관광객 증가는 제주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제주도 관광 수입은 6조4000억 원으로 감귤 수입(8000억 원)의 8배 정도 된다. 땅값도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한국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지방자치단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중국말이 들려온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64%가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저가(低價) 관광객이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쇼핑센터에서 돈을 써 제주 전체에 온기가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불평도 나온다. 단체 관광객보다는 소규모 가족 단위의 손님을 불러들이는 등 관광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