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온전히 즐기는 나만의 감상법이 있다. 삶의 에너지가 넘치거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싶을 때는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을, 일상에 지치거나 위안이 필요한 때는 명상적인 작품을 감상한다.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 사랑받는 조르조 모란디의 정물화는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고 싶을 때 감상하기에 좋은 그림이다. 화가는 자신의 작업실에 있는 다섯 개의 그릇을 화폭에 담았다. 일상에서 흔히 대하는 소박하고 평범한 그릇을 그린 정물화인데도 마치 종교화를 감상하는 듯한 명상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모란디는 생전에 단 한 차례 해외여행을 떠났을 뿐 평생 작업실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화가로 유명하다. 또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미술사조를 경쟁적으로 창안하던 시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탐구했다. 이런 내성적이고 은둔적인 화가의 성격과 인생관이 정물화에 반영된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다.
‘그러자 도르래는 바람이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을 때 낡은 풍차가 삐걱거리듯 그렇게 삐걱거렸다. “들리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우리가 도르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니까 우물이 노래를 하잖아” … 내 귀에는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쟁쟁하게 울렸고 아직도 출렁이는 물속에서는 햇살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란디의 정물화를 가리켜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찬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도 인간처럼 영혼이 있고 심지어 은밀하게 말을 건넨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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