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가 긴박하다. 커지는 한일, 중-일 갈등에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과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으로 미중, 한중 간의 갈등도 겹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모두 파장을 가늠하기 힘든 일이어서 국민은 과연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다.
6월과 10월 한중 정상회담 때 쌓았다는 양국 정상 간의 신뢰가 이번 ADIZ를 둘러싸고는 왜 무용지물인지, 정부에서는 언론이 보도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건지, 중국 눈치만 보는 건 아닌지 물음표가 꼬리를 잇는다. TPP 가입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상세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이런 이슈들에 대해 정부가 숨기는 건 없는지, 앞으로 대책은 마련돼 있는 건지 검증과 견제를 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당장 국회의 관련 상임위 개최를 요구해야 하지만 깜깜무소식이다.
야당이 해야 할 일은 그 외에도 태산처럼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세우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만 해도 이를 견인할 방법이 마땅찮다.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정규직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기업은 물론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대타협을 이끌기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공기관 개혁도 정부가 시늉만 하는 건 아닌지 더 눈에 불을 켜고 봐야 한다.
야당이 대통령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박 대통령의 공약 중 가장 이행률이 떨어지는 게 정치 분야다. 대부분 정치쇄신과 관련된 공약을 놓고 야당은 정부를 압박하고 이끌 수 있다. 정치쇄신을 하겠다는데 반대할 언론과 국민은 없다. 철저하게 검증해 내년도 불요불급한 예산을 찾아내는 것도 야당의 몫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막고 있는 게 역설적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이를 이슈화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다른 국정 견제 역할은 다 방기한 상태다. 물론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건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큰 뉴스가 있다고 해서 언론이 그것만을 보도하진 않는다. 세상엔 다른 중요한 뉴스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선거는 상대적이다. 내가 못해도 상대가 더 못하면 이기는 게 선거다. 일 년 내내 민주당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다걸기했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반 토막에서 답보 상태다. 야당의 지지도가 올라야 청와대가 긴장한다. 내년 지방선거 또는 보궐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청와대가 국민의 눈치를 더 본다.
‘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야당의 단골 레퍼토리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지금 야당이 살려면 국정원 댓글 말고 다른 국정도 챙겨야 한다. 야당의 태업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바로 유권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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