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소리없는 ‘트위터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2011년 튀니지 이집트 시리아 예멘 리비아에서 ‘아랍의 봄’이 있었지만 아직도 민주주의 정착은커녕 사회 안정조차 위협받고 있다. 반면 혁명은 없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사회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도자와 국민의 관계에서 미묘하지만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잠깐이라도 방문하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곳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1인 1표’ 같은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랍의 봄’을 계기로 그들은 지배의 정통성을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물려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됐다. 지도자들은 이제 ‘학교를 얼마나 개선했는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지’의 문제로 국민에게 평가 받으려 하고 있다. 과거처럼 이슬람을 강조하고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인터넷 덕분에 두 나라의 더 많은 국민들이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를 이미 하고 있다. 사우디는 아랍 세계 전체 트위터 이용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트위터와 유튜브 사용이 활발한 곳이다. 트위터와 유튜브를 사용하는 사우디인들은 때론 이슬람 근본주의 추종자로 비치기도 하지만 과거에 금기시됐던 종교 등 모든 영역에 대한 풍자나 비평을 하기도 한다.

사우디의 압둘라 왕은 아랍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둔감하고 부패한 정부 관료들이 왕을 가로막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 트위터 이용자들은 왕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최근 트위터의 ‘해시태그’(특정 단어 앞에 #을 붙여 그 주제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기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왕을 만난다면’, ‘#국민들이 왕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식의 해시태그를 만들어 왕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최근 한 정부 관리가 인터넷 때문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 관리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낸 뒤 상대방 운전자가 아시아계 노동자라는 사실을 알고 오히려 채찍으로 마구 때렸다. 이 장면을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동영상은 아랍에미리트 전 지역에 퍼져 나갔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 관리에게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젊은이들은 마치 과거 이집트의 혁명 군인들처럼 나라를 개혁하려는 열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변화와 발전이 가능한 개혁을 원할 뿐이다. 과격한 혁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는 2021년 개혁 완성을 목표로 앞으로 3년 동안 46개 부처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수행해야 할 핵심 성과지표를 마련했다. 3600여 개 핵심 성과지표에 대한 이행 결과는 매주 두바이의 최고 통치자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아이패드로 전송된다. 장관들의 업무평가 순위는 핵심 성과지표 달성 결과에 따라 매겨진다. 누구도 밑바닥 순위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개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개혁 분야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개혁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은 아니다. 단지 지배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도자들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지도자 한 명이 개혁을 시작하면 이웃의 다른 지도자도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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