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사실상 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어제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 2명이 지난달 하순 공개 처형을 당했으며 장성택도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국정원의 정보 분석이다. 북한의 권력 지형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는 중대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 당국은 장성택과 그 측근이 ‘반당(反黨)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사안을 장성택과 측근의 개인 비리 차원으로 포장했지만 본질은 당과 군(軍) 사이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은 올들어 보위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장성택의 실각으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대표되는 신(新)군부 세력이 김정은 주변의 권력 핵심부를 장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어떤 경우에도 장성택의 실각은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는 집권 2년을 앞두고 ‘후견 정치’를 종식시킴과 동시에 친정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성택의 실각은 권력을 그 누구와도 나누어 갖지 않겠다는 북한 권력의 무자비한 속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국민이 권력을 선출하지 않는 왕조 국가에서 권력은 친척이건 동생이건 피붙이와도 나누지 않는 특징이 있다. 북한 왕조에 대해서도 봉건 왕조때와 똑같은 권력 투쟁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정확할 때가 있다. 장성택에게는 반란이 아닌 비리라는 딱지를 붙여 목숨을 살려 주고 측근들을 처형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책략일 것이다. 북한에 태양은 하나뿐이고 권력의 분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장성택의 제거가 ‘핵개발-경제건설’의 병진(竝進) 노선을 버리고 서방세계는 물론 남한과의 전면적 대결 노선을 걷겠다는 신호라면 우려할 만한 사태다. 장성택은 2002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서울을 찾은 적이 있고, 이후 신의주 행정특구를 진두지휘했다. 그가 박봉주 내각총리를 내세워 각 생산 단위의 자율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북한 경제의 개방 정책이 위축될 공산이 크다.
북한군은 2일부터 연례적인 동계훈련을 시작했지만 도발 징후 같은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만큼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며 상황을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