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성취와 흥미의 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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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가 거듭 확인됐다. PIS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시행하는 시험이다. 한국은 수학 1위, 읽기 2위, 과학 4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 학생의 수학 평균 점수는 554점으로 2위인 일본(536점)보다 18점이나 높았다. 31개 비회원국까지 포함한 조사에서는 중국 상하이가 2009년과 마찬가지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국 학생의 학업 흥미도는 밑에서부터 세는 게 빠르다. 수학에서 흥미와 즐거움을 재는 내적동기지수는 65개국 가운데 58위였다. 풀이하면 수학에 대한 흥미도 별로 없고, 수학이 앞으로 자기 인생에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공부만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취는 높은데 좋아하지는 않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한국 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웨덴의 분석은 이렇다. 스웨덴 일간지 SvD는 3일자에서 ‘한국 학생들은 국제 순위가 높지만 주입식 공부로 미래를 꿈꿀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학교 도서실에서 공부와 씨름하다 밤 시간에 학원으로 직행하는 한국 학생들의 처량한 일과를 소개했다. 또한 한국 교육의 기적이 정부의 교육 투자와 교사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교육열과 교사가 보수가 좋은 직군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PISA 결과에서는 일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유토리 교육(학생의 자율성과 인성을 중시한 교육)을 도입한 이후 학업성취도가 급락한 일본은 2007년 유토리 교육의 폐지를 선언하고 전국 학력테스트를 도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서도 학업성취도가 향상된 만큼 흥미도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던 공자가 한국과 일본을 둘러본다면 얼굴이 어두워질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잠과 꿈을 희생해서 얻은 높은 학업성취도를 언제까지 자랑해야 할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학업성취도#흥미#주입식 공부#PISA#유토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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