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GP)의 내년 대회가 무산됐다. 국제자동차연맹은 그제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 총회를 열고 내년도 대회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 측 F1 조직위원회는 대회 운영사인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와 개최권료 인하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영암 F1 대회는 2010년부터 7년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4년 만에 중단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
영암 F1은 출발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F1이 올림픽, 월드컵 축구와 함께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큰 적자가 예상됐다. 영암은 국제 행사를 치를 인프라나 숙박시설이 거의 없고 접근성도 떨어져 대회 개최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국회가 ‘F1대회 지원특별법’을 제정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으나 191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남도 재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적극 추진한 이 대회는 결국 과욕(過慾)이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대회를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장 건설에 2000억 원이 들어간 데다 첨단 자동차 부품과 튜닝 산업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투자 약속이 흐지부지될 위험도 있다. 당초 2016년까지 계약한 대회를 중도 포기한다면 국제적인 신뢰도 추락과 함께 법적 다툼도 우려된다. 전남도는 어제 “내년 한 해 쉬고 2015년 이후에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FOM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될 전남지사는 4년간의 실적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적자를 대폭 줄이고 국내외 레이싱 팬을 끌어들일 획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대회가 재개되더라도 성공을 바라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감당 못할 국제 행사를 유치한 뒤 적자에 허덕이는 사례가 많다. 인천시도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앞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9개 경기장을 새로 짓는 데 1조7000여억 원이나 드는 바람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두 27조 원이 넘는다. 경기 침체로 지자체 수입은 줄었는데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복지 확대로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자체장들이 치적 과시용으로 행사를 벌이고 빚을 주민에게 떠넘기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