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제2의 이어도기지’ 준비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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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서해 5도를 겨냥한 북한의 위협이 계속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 군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장 북쪽에 있는 백령도 지하 요새의 전략적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북한이 설사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상륙한다 해도 우리 군은 지하 요새에 들어가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다. 북한이 백령도를 점령하려면 최소한 3, 4개 사단을 투입해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이 여단 규모인 우리 해병대에 맞서 몇 개 사단을 투입하면 다른 전선에 큰 구멍이 뚫린다. 그래서 군사 전략가들은 북한이 백령도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백령도 지하 요새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때 만들었다. 40년이 지났지만 현장을 찾는 방문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가난했던 그 시절에 어떻게 이토록 탄탄한 방어시설을 만들었을까”라며 놀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정부는 넉넉지 않은 국고에서 건설비를 떼어내는 결단을 내렸고, 작업에 나선 군인들은 문자 그대로 피땀을 흘렸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현재의 든든한 안보자산이 됐다.

이어도 해양종합과학기지도 비슷한 사례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면서 이어도 상공을 끼워 넣었다.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에서 제외한 이어도를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파고든 것이다. 이어도가 여전히 물속에 잠긴 암초로만 남아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어도 기지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우리 하늘이고 바다라며 목소리를 높여도 공허한 비명이 될 뻔했다.

이어도 기지는 2003년 5월부터 바다 위 36m 높이로 우뚝 솟아 주변이 한국의 영역임을 과시하고 있다. 해군이 2일 7600t급 율곡이이함과 해상초계기 P-3C를 보내 초계작전을 펼쳐도 중국과 일본이 항의하지 않은 것은 이어도 기지 덕분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시중 과학기술처 장관은 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이던 이동영 박사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헬기장까지 갖춘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이어도 기지 건설을 추진한 주역들은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익을 지키는 방법을 행동으로 보여준 선각자들이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도 미래에 대비한 안보자산이다. 현재는 해군 함정이 가장 가까운 부산기지에서 출발해도 이어도까지 23시간이 걸린다. 중국 해군은 18시간이면 이어도 출동이 가능하고 일본 함정도 사세보에서 출발하면 우리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한다. 제주기지가 완공되면 8시간 만에 이어도에 출동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제주기지 반대론자들은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안보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노골적으로 우리 바다와 하늘을 위협하는 중국을 보면서 그들 가운데 일부라도 반성을 함직한데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없다.

중국의 국가전략은 스케일이 크고 호흡이 길다.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서 며칠 전 달 탐사선 발사로 이어진 우주공정만 보더라도 중국인들의 집요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들이 얽혀 현상유지와 현상타파를 놓고 각축하는 동아시아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이어도 기지 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안보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제2, 제3의 이어도 기지’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북한#백령도#방공식별구역#이어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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